당뇨병과 인슐린의 역학관계: 원시인류에서 현대까지의 고찰
당뇨병은 인류 역사와 함께해온 오래된 질병이지만, 인슐린의 발견은 20세기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진 중요한 의학적 성과입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당뇨병과 인슐린의 기본적인 역학관계를 이해하고, 원시인류부터 현대에 이르는 당뇨병의 발자취를 추적하며, 인슐린 발견의 역사적 의의와 현대 사회에서의 당뇨병 관리 방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찰하겠습니다.
인슐린과 당뇨병의 기본 역학관계
인슐린은 포도당 대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호르몬으로, 체내의 혈당 조절에 결정적인 기능을 담당합니다. 인슐린은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고 근육을 포함한 말초조직으로 포도당 흡수를 촉진하여 혈중 포도당 농도를 낮춥니다. 세포 수준에서 인슐린은 체내의 세포표면 수용체에 작용하여 혈중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함으로써 세포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즉, 인슐린은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열쇠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인슐린 작용의 분자 메커니즘
인슐린의 작용은 복잡한 신호전달 과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인슐린 수용체에 인슐린이 결합하면 docking protein인 insulin receptor substrate 1, 2 (IRS1, IRS2)의 tyrosine 인산화가 증가하고, 이어서 인산화된 IRSs에 SH2 domain을 가지는 단백질(PI3K, Grb2, SHP2 등)이 결합하여 활성화됩니다. 근육에서는 PI3K에 의해 활성화된 Akt와 aPKCs에 의해 GLUT4가 세포질에서 세포막으로 이동하여 인슐린 자극에 의한 포도당 유입을 매개합니다. 간에서는 PI3K에 의해 활성화된 Akt에 의해 당원분해와 포도당신생이 억제되어 포도당 생성이 억제됩니다.
당뇨병의 유형과 인슐린과의 관계
당뇨병은 크게 제1형과 제2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제1형 당뇨병은 어떤 이유에서건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는 병입니다. 1922년 인슐린이 개발되기 이전에는 제1형 당뇨병에 걸리면 비쩍 말라가다가 결국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로 사망했습니다.
반면, 제2형 당뇨병은 과거에는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이라고 알려졌었던 질환으로,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만 세포가 인슐린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특징입니다. 제2형 당뇨병은 제1형 당뇨병에 비해 더 많이 발생하며,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가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과 주로 앉아서 지내는 생활습관 및 비만과 관련이 있는 제2형 당뇨병은 현대 사회에서 급증하고 있습니다.
당뇨병의 역사적 기록
당뇨병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질병입니다. 당뇨병에 관한 인류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1550년경에 쓰여진 이집트의 에버스 파피루스(Ebers Papyrus)에서 발견됩니다. 이 문서에서는 "너무 많은 소변"이라는 증상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고대 문명의 당뇨병 기록
고대 인도의 시집인 아유르베다(Ayurveda)에는 "오줌을 많이 누고 심한 갈증을 호소하면서 점점 쇠약해지는 병에 걸린 환자가 소변을 보면 개미와 벌레들이 그 주위로 유난히 많이 들끓는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는 소변에 포도당이 높게 배출되는 당뇨병의 특징을 정확하게 묘사한 것입니다.
2세기경 그리스의 의사 아레타이오스(Aretaeus)는 당뇨병을 '살을 녹이는 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환자들이 점점 마르면서 많은 양의 소변을 배출한다는 사실을 관찰했으며, 이런 증상 때문에 당뇨병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는데, '당뇨'는 그리스어로 '관통하다'라는 뜻의 'diabetes'에서 유래했습니다.
중세 시대의 당뇨병 이해
중세 시대에 이르러 아랍의 의사 아비세나(Avicenna)는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괴저와 성기능 장애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또한 소변의 달콤한 맛을 통해 당뇨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후대에 와서 실제로 정확한 진단 방법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됩니다.
한국의 당뇨병 기록
우리나라에서 당뇨병에 관하여 맨 처음으로 기술한 문헌은 고유의 의서인 향약구급방입니다. 이 기록은 13세기 중엽 고려 고종때 발간되었고 1417년에 중간된 것으로 소갈이란 말로 불렀습니다. 조선시대 1433년 세종15년에 완성된 향약집성방에는 "소변이 달다"라는 사실이 기술되어 있고, 그 뒤 1613년 광해군 5년에 완성된 동의보감에서는 소갈증에 대한 기록이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으며, 실명 등의 합병증에 대해서도 기록되었고 당의 섭취제한과 안정 등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인슐린 발견의 역사와 의의
인슐린이 발견되기 전까지 당뇨병, 특히 제1형 당뇨병은 치명적인 질환이었습니다. 인슐린 발견 전 당뇨병은 발병하면 사망하는 '죽음의 병'이었습니다. 당시 당뇨병 치료 목표는 '요당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었으며, 이를 위해 하루 450kcal 미만으로 고단백질, 저탄수화물을 섭취하는 식이요법을 진행했습니다. 당뇨병 환자는 굶주림 치료(starvation treatment)를 받아 음식을 먹지 못하고 기아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췌장과 당뇨병의 관계 발견
인슐린 발견으로 이어진 과학적 탐구는 수세기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1709년 스위스의 해부학자 요한 브루너(Johann Conrad Brunner)가 최초로 췌장과 당뇨병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개의 췌장을 떼어내면 당뇨병의 증상인 심한 갈증과 다뇨증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했기 때문이죠.
이후 1869년, 독일의 의사 파울 랑게르한스(Paul Langerhans)가 현미경으로 췌장을 관찰하며 섬처럼 떨어진 세포 집단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후 이 세포 집단에서 탄수화물 대사를 조절하는 내분비 물질을 분비한다는 사실이 관찰되었고, 최초 발견자인 랑게르한스의 이름을 따서 '랑게르한스섬'이라고 명명되었습니다.
인슐린의 발견과 첫 치료
1921년,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프레더릭 밴팅(Frederick Banting)과 찰스 베스트(Charles Best)를 필두로 한 연구진들이 인슐린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들은 개의 췌장관을 묶어 며칠 기다렸다가 섬 모양의 반점 부분을 떼어내 분석하고, 그 추출물을 당뇨병을 일으킨 개에게 주사하는 실험을 되풀이했습니다.
처음에 개 10마리로 시작한 실험이 92마리가 됐을 때 추출물을 맞은 개의 혈당이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했고, 이 물질이 1910년 영국의 생리학자 에드워드 샤피-셰이퍼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에서 추출한 물질이었던 '인슐린'과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 이 추출물은 아일레틴(isletin)으로 명명됐으나, 후에 인슐린(insulin)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인슐린을 투여받은 당뇨병 환자는 체중이 30kg이었던 14살 레널드 톰슨입니다. 당뇨병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부모는 한 번도 인체에 시도한 적 없던 인슐린 치료를 동의했습니다. 1922년 1월 11일, 처음으로 사람에게 인슐린을 주사한 날입니다. 이후 톰슨은 정상 수준의 혈당 수치를 회복했고 13년을 더 생존했습니다.
밴팅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연구실을 제공해주고 실험에 대해 조언한 캐나다 토론토대학 맥클리어드 교수와 19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인슐린 치료의 발전
인슐린 발견 후 당뇨병 환자를 위한 인슐린 치료는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초기에는 소, 돼지 등 동물 췌장에서 추출한 인슐린을 치료에 활용했지만, 동물에게서 추출한 인슐린은 민감한 사람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1936년에는 잠자는 동안에도 혈당을 조절할 수 있도록 프로타민이라는 저분자량의 단백질을 첨가한 장시간형 인슐린인 프로타민 인슐린이 개발됐습니다. 1959년에는 영국의 생화학자 플레더릭 생어가 소 인슐린의 아미노산 배열 순서를 완전히 규명함으로써 이를 토대로 1980년에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인간 인슐린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인슐린의 흡수 속도나 작용 속도를 조절하여 진짜 인슐린 못지 않은 인슐린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주 1회, 월 1회만 주사할 수 있도록 반감기를 늘린 인슐린이나 경구용 인슐린, 또는 센서로 혈당 변화를 감지해 인슐린을 적정량 분비하는 인공췌장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원시인류와 당뇨병의 관계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3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기원했으며, 모자이크 방식(부분부분 변화)의 아주 우연적인 진화 과정을 밟았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7만~5만 년 전에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으며, 초기에는 수렵채집 생활방식을 유지했습니다.
구석기 시대의 식이 패턴과 대사 건강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수렵과 채집으로 음식을 조달했으며, 이 시대의 식생활은 현대인들보다 더 균형 잡힌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들이 먹은 음식에는 염분이 거의 없는 대신 비타민C의 함량은 많았으며, 주로 식물성 지방을 섭취하고, 꾸준히 신체 활동을 했습니다.
구석기 식단과 현대식의 영양소를 비교해보면, 구석기식은 탄수화물 40%, 단백질 30%, 지방 30%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현대식(미국의 현대 권장식단기준)은 탄수화물 60%, 단백질 10%, 지방 30%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구석기 식단은 비타민과 칼륨과 섬유질이 현대식에 비해 두 배 이상 높고, 나트륨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영양과다로 인해 비만과 당뇨병에 쉽게 걸리는 현대인들과 달리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더 건강했습니다. 다만 선사시대에 수명이 짧았던 이유는 감염성 질환이 흔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농업혁명과 식이 변화
약 1만 2천 년 전(BC 9,500년~BC 8,500년) 농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인류의 식생활은 크게 변화했습니다. 빙하기가 끝나고 기후가 안정된 지구의 상태와 인구 증가로 거주 범위가 확대되면서 농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농부들은 우리의 기본 상식으로 생각하던 것과 다르게 대체로 수렵채집 시절보다 더욱 힘들고 불만스럽게 살았습니다. 식량 생산은 증가했지만 가축을 기르면서 가축으로부터 생긴 인수공통 점염병 문제가 새롭게 발생했으며, 공간적인 제약이 생기고 끝없이 날씨를 걱정해야 하는 삶으로 변화했습니다.
신석기시대로 넘어가면서 인류는 재배한 곡물과 사육한 고기를 먹게 됐고, 인류의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러한 식생활의 변화는 현대의 대사질환, 특히 당뇨병의 증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슐린 저항성의 진화적 관점
인슐린 내성(저항성)의 발달은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납득이 됩니다. 이는 과거 조상이 기근이 들어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진화된 것일 수 있습니다. 기근이 들었을 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이 오늘날 식량이 풍부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오늘날 기근이 일상적인 국가에서는 인슐린 저항성이 여전히 유리할 수도 있지만, 고지방 고에너지 식단을 쉽게 취할 수 있는 부유한 서구에서는 인슐린 내성이란 불리한 적응 방식일 뿐입니다. 이는 우리 몸의 생리학적 메커니즘이 현대의 생활방식과 불일치하는 '진화적 불일치(evolutionary mismatch)' 현상의 한 예로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당뇨병 관리
현대 사회에서 제2형 당뇨병은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과 주로 앉아서 지내는 생활습관 및 비만과 관련이 있으며 증가 추세입니다. 과거에는 성인기 발증형 당뇨병으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영국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에서 아동의 제2형 당뇨병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생활방식의 변화와 당뇨병
오늘날 식습관과 생활습관은 선사 시대 수렵 채집인들의 건강을 유지시켜주었던 식습관 및 생활습관과는 크게 벗어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 문제 중 하나가 제2형 당뇨병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신체 활동이 활발한 사람들에 비해 인슐린 내성이 더 큽니다. 즉 인슐린에 더 둔감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의 좌식 생활방식이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임을 시사합니다.
구석기 식단과 당뇨병 관리
구석기 식단(고기와 과일, 채소 위주로 먹고 소금과 설탕, 각종 정제가공식품을 피하는 식단)이 당뇨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는 구석기 식단으로 당뇨와 고혈압 등 심혈관계통의 질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임상실험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비만으로 인해 당뇨를 앓아왔던 사람들 중에는 구석기 식단으로 질병을 관리하는 데 성공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음식으로 당뇨병을 치료했으며, 심지어 일부는 음식 섭취만으로 당뇨병 치료에 효과를 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미래 당뇨병 치료의 방향
인슐린 치료가 당뇨병 환자 관리에 중요하다는 점은 자명합니다. 현재는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GLP-1 유사체 등 새로운 계열의 치료제들이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당뇨병 치료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인슐린 치료의 편의성과 효과를 높이기 위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 1회, 월 1회만 주사할 수 있도록 반감기를 늘린 인슐린이나 경구용 인슐린, 또는 센서로 혈당 변화를 감지해 인슐린을 적정량 분비하는 인공췌장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당뇨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결론
당뇨병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오래된 질병이지만, 인슐린의 발견은 당뇨병에 대한 인식을 '죽음의 병'에서 '관리 가능한 병'으로 바꾸는 혁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인슐린과 당뇨병의 역학관계에 대한 이해는 현대 의학에서 당뇨병 치료의 기초가 되고 있습니다.
원시인류에서 현대인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식생활과 생활방식은 크게 변화했으며, 이는 당뇨병, 특히 제2형 당뇨병의 유병률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진화적 관점에서 인슐린 저항성은 기근 시대에는 생존 이점이었으나, 현대의 식량 풍요 시대에는 오히려 불리한 적응 방식이 되었습니다.
현대 의학은 인슐린 발견 이후 당뇨병 치료에 큰 진전을 이루었으며,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구석기 식단과 같은 생활방식 접근법도 당뇨병 관리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류의 진화적 역사를 이해하고 이를 현대 의학과 결합함으로써, 우리는 당뇨병을 더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